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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중심이 아닌 스타트업은 그저 장사인가요?
- 김탱고 오래 전 2024.07.18 10:13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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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고 싶은 것 뿐이라면 스타트업 창업을 하지 말고 마약을 팔아라."
들을 당시에는 너무 극단적이고 시니컬한 이야기지만 또 동시에 공감이 되기도 해서 많이 웃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마냥 웃지 못하고 이 말을 깊이 곱씹어보게 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창업을 했으면 돈을 벌어야 할텐데.
미션과 비전이 있어 창업을 했는데, 그것들이 돈을 벌지 못하면 어떻게 하죠?
애초에 시장 크기가 작고 수익으로 연결될 수가 없는 구조를 가진 꿈이라면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방법이 있나요?
정말 모든 것에 BM을 붙일 수 있나요?
소중한 가치를 지닌 사업은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사람들이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주나요?
만약 그렇다면 왜 많은 투자사들은 왜 시장크기와 타겟 고객층, 수익 구조를 비전보다 중요하게 보나요?
비전 중심이 아닌 스타트업은 그저 장사일까?
예비 또는 극초기 스타트업 창업자 분들을 보면 소위 말하는 꿈의 직장, 꿈의 직업을 내던지고 오신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경제적인 자유를 어느 정도 이루시고, 이제는 꿈과 비전을 이루는 것으로 '일'의 목표가 바뀌어 창업을 하게 되신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20대의 자그마한 성과들로 운좋게 많은 오퍼를 받아 일부심이 하늘을 찌르던 저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들어간 첫날 다른 동기분들의 2분 자기소개를 듣고 이 사회에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느끼게 되었고
그 외에도 스타트업 관련 커피챗을 진행하면 다들 입이 떡 벌어질 학력과 커리어를 갖고 계셔서 매번 놀라기도 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경향적으로 극초기 스타트업 씬에서는 비전 추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이야기들이 많이 오고 가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들을 전해듣다보니 다른 창업자 분들에 비해 스펙적으로는 자랑할 것이 특별히 없는 저마저도
비전과 미션, 나의 내적 동기 등을 깊게 고민하는데 훨씬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다른 창업자분들만큼은 아니더라도 3년간의 프리랜서 생활로 패시브 인컴을 만들어 놓았고, 회사 다니면서 추가 수입도 있었기에
'나도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갖고 있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비창업만 여러번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깨달은 것들이 있습니다.
사업의 Why, How, What가 모두 필요하기는 하지만, 사업 초기에 셋 모두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정말 많아봤자 4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창업 극초기에는
자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기에 우선은 셋 중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Why에만 집중하면 몽상가인 채로 자금이 바닥나고,
How에만 집중하면 사업 기획만 하다 자금이 바닥나고
What에만 집중하면 그저 장사를 하는 것 같아 보인다는 것.
사실 정말 개인의 자산이 수년은 거뜬히 버틸만큼 풍족하게 쌓여있고, 역량부터 시간관리 능력까지 한 명의 능력이라기엔 비현실적일 정도로 효율적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정말 평범하게 나 하나 먹여살릴 수준의 월수익,
딱 평범한 사회인 1인분 (또는 그보다 못할 수도 있는) 정도의 역량과 확실히 1인분은 안 되는 체력을 가진 저로서는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일단 What에 집중해 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Why에 대한 고민은 빠르게 끝내보자.
이번에 저는 Why에 대한 고민은
‘전문 창작자가 자신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정도로 러프하게 끊어버리고
이후 바로 아래 3가지를 순서대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 창작자가 수익을 내는 분야 중 내가 역량을 가진 분야
2. 미래에도 수익성이 보이는 분야
3. 내가 바로 매출을 낼 수 있는 분야
4. 내 Why와 연결점이 보이는 분야
위의 1번 필터와 2번 필터를 거쳐 나온 분야가 있었고
이제 그것이 3번에 해당되는가를 검증할 차례였습니다.
이전이라면 4번부터 시작해 역순으로 검증해 나가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비전보다 시장에 팔리는지를 먼저 보고 그 다음 다리를 건너보고자 합니다.
“빠르게 MVP 돌려서 PMF를 검증하세요.”
창업 도전을 마음 먹으면 귀에 못이 박히게 듣게 되는 말입니다.
네가 사업화 하려는 그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가설이 과연 정말 시장성이 있는지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으로 테스트해보라.
듣자마자 그 이유가 이해되었기에 저는 굳이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성도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예비창업 단계만 대여섯팀을 겪고,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머리를 쥐어뜯고 길을 헤메다가 마침내 도달한 결론이 PMF (Product Market Fit)라니,
정말 창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 뼈져리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지금도 아주 일부만 이해한 것이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훨씬 크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다만 지금 모르는 그 부분도 경험에게 두들겨 맞으며 배워야 할 부분이라는 것은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문제, 현상, 불편함 모두 제껴놓고
'내가 사업하려는 분야에서 내가 매출을 낼 줄 아나?'
'그게 외주든 아르바이트든 판매든 어떤 방식이든, 매출을 낼 수 있을까?'부터 검증해보려고 합니다.
과연 저는 제가 할 줄 아는 일 중 미래에도 수익성이 보이는 분야에서 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요?
그 다음에는 그것을 일회성 외주나 판매를 넘어 사업화로 연결지을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저의 바보같은 질문에 대한 답들을 경험에서 얻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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